2015 사목교서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는 해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2008년 교구 설정 60주년이라는 은혜로운 시기를 지내면서 우리는 신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소공동체를 활성화 하며 하느님 말씀을 삶으로 증거하고 선포하는 교회가 되려는 지향으로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말씀을 증거하는 삶으로 친교의 교회 건설을 주제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인 발전 논리 안에서 자칫 소외되기 쉬운 노인들이 편안하고 봉사할 수 있는 교회가 되도록, 그리고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청년들에게 힘이 되어 주려고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우리 교구의 자랑인 도보 성지순례를 지속적으로 함께 하면서 순교자들의 신앙을 돌아보는 일이 이제 하나의 전통처럼 자리 잡아 가게 된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이러한 교구의 사목목표와 그 실천에 함께 해 주신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봉사자들과 모든 신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황 권고인 복음의 기쁨을 통해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우리가 함께 걸어야 할 길을 제시하시면서,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복음 안에서 참된 기쁨을 발견하고 그 힘으로 세상에 나아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하시어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주시며 청년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함께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자고, 오늘날 교회가 회복하여야 할 본연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강조하셨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기울여온 위와 같은 노력들이 교황님이 남겨주신 복음적 감동과 더불어 앞으로 계속 우리 교구 안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2018년 교구 설정 70주년을 바라봅니다. 교구 설정 70주년이 우리에게 또 하나의 큰 은총의 시기가 되도록 교구민들과 함께 계획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의 기쁨으로 세상에 나아가는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준비로 신앙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인 말씀을 보다 깊이 내면화하고,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하는 전례를 보다 품위 있고 은혜롭게 행하도록 모색하는 한편, 2014년 세계 주교회의 주제인 가정문제도 중대한 과제이기에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이에 다음의 세 가지 주제를 2015-2017년의 사목목표로 제시합니다.

 

2015: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는 신앙

2016: 전례와 성사

2017: 가정

2016-2017년의 보다 구체적인 사목목표와 실천 과제는 당해 연도에 맞추어 발표하겠습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는 해 (2015) 

태초에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이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며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우리가 믿는 이 구원의 신비에서 말씀이 단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사귐의 대상 곧 우리가 인격적인 친교를 맺어야 할 분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말씀을 잘 받아들이기 위한 성경공부는 아주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 교구 내에서도 여러 형태의 성경공부 모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경공부의 진정한 목적은 성경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과 인격적인 관계를 이루는 데에 있습니다.

성경공부는 신자들로 하여금 성경 말씀의 뜻을 잘 알아듣고 친숙하게 안내해 주면서 차츰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며 주님과의 친교를 성숙시켜 가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말씀을 읽거나 들을 때 우리를 창조하시고 구원하신 주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지향으로 우리 교구 사목기획국에서 예루살렘 성경 공부’(마태오복음)를 펴내고, 봉사자들을 교육해서 본당에서 신부님의 지도와 함께 신자들이 쉽게 성경말씀을 가까이 대할 수 있도록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요한복음루카복음안내서도 펴 낼 계획입니다.

이미 시작한 본당도 있지만, 2015년 교구의 모든 본당에서 신부님과 신자들이 함께 마태오복음과 친숙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태오복음에 관한 안내를 해 주시고 함께 공부하면서 사제, 수도자, 신자들 모두 마태오복음을 직접 필사하는 일도 합시다. 인쇄기술이 발전되기 전까지 1,000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느님의 말씀은 손으로 써서 전해졌습니다. 주님 말씀을 직접 손으로 써 보는 것은 말씀의 어느 한 구석도 소홀히 하지 않고 대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성경을 정성껏 필사를 하면서 말씀이 아주 새롭게 다가오는 체험을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같은 방법으로 2016년에는 요한복음을, 2017년에는 루카복음을 그리고 2018년에는 마르코복음을 함께 공부하고 필사하면서 말씀을 우리 모두 함께 마음에 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삶의 한 시기에 구원의 복음 말씀을 그렇게 가까이 하고 손으로 직접 써 보는 일은 분명 우리 마음을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을 풍성히 받는 좋은 밭으로 준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어떤 일이든 우리가 하느님 앞에 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 19-20)

 

우리가 함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말씀대로 살기를 원하고 그 지향으로 주님 말씀을 함께 공부하고 써 간다면, 그리고 이 일을 우리 교구민 모두가 함께 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습니까! 이것이 2018년 교구 설정 70주년을 주님께서 마련해 주시는 은총의 해로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주님께 활짝 열어드리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말씀드린다면, 최근 신천지 등 이단들이 세력을 넓히며 교회 안에 침투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말할 것도 없이 성경을 아주 왜곡되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톨릭 신앙생활의 중심은 성사(聖事)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올바로 받아들인다면, 성사가 주님의 말씀에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복음말씀의 공부와 필사가 우리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더 큰 활력과 확신을 주리라고 믿습니다. 본당에서 신부님들께서 사목계획을 세우실 때에 그 안에 이러한 성경공부와 필사를 결합시켜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천주강생 20141130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