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수녀의 쉬운 말씀풀이
11월 22일 그리스도왕 대축일 (요한 18,33ㄴ-37)

빌라도와 헤로데 (예수님 시대의 정치상황)
  
  오늘 복음에는 빌라도 총독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복음서의 다른 부분을 보면 헤로데라는 왕도 존재하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유다 땅 안에 총독과 왕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처럼 여겨집니다. 예수님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하여 언급해 보겠습니다.
  헤로데 가문은 이두매아 출신으로 유다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국제 정세에 민감했던 헤로데는 로마제국의 판도가 옥타비아누스에게 기우는 것을 감지하고 그에게 충성을 다하게 됩니다. 결국 로마제국 전체를 평정한 옥타비아누스는 유다 땅을 헤로데에게 넘겨주고, 이후 그는 37년 동안 통치하게 됩니다. 그러나 헤로데가 죽자 왕국은 세 아들에게 분배되는데, 헤로데 필립보스와 아르켈라오스, 헤로데 안티파스가 그들이었습니다. 이들 중 아르켈라오스는 유다인들 사이에서 평판이 가장 나빴던 인물이었는데, 무리한 세금징수와 폭정을 견디지 못한 유다인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옥타비아누스에게 보내 아르켈라오스에 대한 파문을 요청하게 됩니다. 결국 아르켈라오스는 로마제국에서 파문당하고, 그 후임으로 직접 총독을 파견합니다. 그가 바로 빌라도였고, 당연히 빌라도와 헤로데의 아들들 사이에는 서먹한 기류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지요.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셨으므로 당연히 당시 예루살렘의 수장이었던 총독 빌라도에게 끌려가 심문을 당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으시지만 루카 복음에서는 빌라도가 심문 중, 예수님이 갈릴래아 사람인 것이 드러나 그분을 헤로데에게 보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루카 23,6). 마침 그때 헤로데는 예루살렘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예수님을 이송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성경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들이 예수님의 처형 문제로 말미암아 모종의 합의가 성사되자, 묘한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루카 23,12).


출처: 경향잡지 2009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