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수녀의 쉬운 말씀풀이
11월 15일 연중 제33주일 (마르 13,24-32)

종말과 무화과나무

  오늘 복음은 마르코 복음의 '종말론적 연설'로 알려진 본문입니다. '종말'이라는 어휘는 그리스어 '에스카톤'에서 파생된 단어로서,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마지막 때에 일어날 일들'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사실 두 개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건과 사물의 '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일종의 과정 안에서 지향하는 '목적' 또는 '자향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어에서는 이를 구별하려고 정관사를 남성과 여성 정관사로 구분해 사용합니다.
  전자의 의미로는 'la fine'를 사용하고 후자의 의미로는 'il fine'를 사용하지요. 에스카톤이 가지는 이러한 이중적 의미는 '종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적절한 도움을 줍니다. 마지막 시기에 오게 될 종말은 곧 완성이라는 목적(또는 지향점)으로 가려는 일종의 과정 또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곧, 예수님이 재림하시는 종말의 순간은 우리 모두가 완성될 수 있는 하나의 목표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종말 사건을 묘사하고자 오늘 본문에서는 해, 달, 별, 하늘, 구름, 영광, 천사 등의 이미지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와는 이질적인 소재 하나를 소개합니다. 바로 무화과나무입니다. 팔레스티나의 기후에서는 모든 식물이 녹색의 푸름을 유지하는 편이지만 무화과나무는 좀 다릅니다. 사실 팔레스티나에는 거의 두 계절만이 존재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봄과 가들이 짧습니다. 무화과나무는 봄이 되면 꽃봉오리가 맺히는데 이 시가는 매우 짧게 끝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본문은 무화과나무의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28절)고 소개합니다. 짧은 봄이 지나가면 곧 이어 여름이 될 것임을 바로 짐작하듯이, 종말 역시 쉽게 눈치 챌 수 없이 빠르게 다가올 것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출처: 경향잡지 2009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