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수녀의 쉬운 말씀풀이
10월 18일 연중 제29주일 (마르 10,35-45)

잔의 상반된 이미지

  오늘 복음의 핵심은 '하늘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것입니다.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이러한 교육의 직접 대상으로 선정되는데요, 그들은 예수님께서 다스리실 하늘나라를 지상의 왕국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그러니 이른바 '한자리' 달라는 청탁을 노골적으로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37절 참조) 그런데 이러한 그들의 잘못된 인식을 예수님은 분명히 수정해 주십니다.
  당신의 나라는 '내가 마시는 잔'과 '내가 받는 세례'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나라임을 천명하시니까요. 더구나 이 대화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예루살렘이란 당신이 수난받으시고 십자가에 처형되실 바로 그곳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예수님의 나라는 자기 자신을 다 내어주어, 죽기까지 사람들을 섬김으로써 통치되는 나라인 것입니다.
  이 두 소재 가운데 '세례'는 이미 몇 번을 다룬 바 있으니, 이번에는 '잔'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무엇인가를 마시려고 사용하는 '잔'에 대하여 성경은 두 가지 상반되는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첫째는 긍정적인 이미지로서 '기쁨', '위로', '축제', '친교'를 의미하는 잔입니다. 고대 근동의 식사에서는 '잔을 돌리는' 관습이 있었고 이를 친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표상은 '진노의 잔'이라고 표현된 잔으로서 주로 묵시록에 자주 등장합니다(묵시 14,10; 15,7-16,19; 이외에도 이사 51,17; 시편 11,6 참조).
  이렇게 상반되는 이미지가 '잔'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제공되는 있는 것은 '술'이 가지는 이중적 기능에서 기인합니다. 적당한 술은 모두를 흥겹게 하는 위로와 축제, 기쁨이 되지만 지나친 술은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출처: 경향잡지 2009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