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수녀의 쉬운 말씀풀이
10월 11일 연중 제28주일 (마르 10,17-30)

낙타가 아니라 밧줄?

  얼마 전 질문 하나를 받았습니다. 어느 인문학자의 책을 보다가 오늘 복음에서 소개하는 본문과 관련된 내용을 읽게 되었는데, 그 학자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25절)라는 본문의 표현을 언급하시면서 여기서 제시된 '낙타'는 사실은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며, '낙타'를 '밧줄'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고 합니다. 곧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밧줄이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 신자분의 질문 덕분에 저는 다시 꼼꼼히 그리스어 본문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 교회가 신약성경의 표준본문(Textus Receptus)으로 삼고 있는 세계성서공회가 발행하는 그리스 말 신약성경(GNT)의 본문에서는 분명히 '낙타'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카멜론'이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학자분의 지적은 다른 사본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추정되었고, 아니다 다를까 본문비평기구(apparatus)를 추적해보니 다른 사본에서 '카멜론'이 아니라 '카밀론' 곧 '굵은 밧줄' 또는 '매듭'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본이 있음이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두 단어의 발음(카멜론/카밀론)이 너무도 유사하고, '낙타'를 사용한 문장이 지나친 과장법을 사용한 듯하여 다른 사본에서는 이를 '카밀론'으로 수정한 듯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성경학자들이 사용하는 본문비평의 원칙은 어법에 맞지 않거나 부자연스러운 독법(lectios difficilior)이 더 원문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본문이 '밧줄이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본문보다 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더 원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안심하시고 오늘 본문을 우리 성경에 제시된 대로 읽어도 되겠습니다.


출처: 경향잡지 2009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