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수녀의 쉬운 말씀풀이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루카 9,23-26)

십자가는 신앙의 걸림돌인가?

  오늘 복음은 '십자가'라는 독특한 형벌이 당대에도 고통과 죽음의 상징으로 널리 인식되어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십자가형은 너무도 잔혹한 죽음을 초래하기에 가장 치욕스러운 죽음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히브 12,2; 13,13 참조). 그렇게 모욕적인 죽음이 십자가 위 죽음인데, 오늘 복음의 내용은 이러한 통념과는 모순되는 이야기가 제시됩니다. 각자의 십자가를 날마다 지고 따르지 않으면 구원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분명히 전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1코린 1,23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렸다는 것은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 된다는 말이 등장합니다. 유다인들의 전통적인 의식에 따르면, 치욕스러운 죽음은 그 사람의 일생 전체가 죄의 일생이었음을 증명해 주는 자리였고,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은 예수가 그리스도가 아니었음을 만천하게 드러내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1코린 1,23에 지시된 바 오로의 시작에 따르면 그러한 십자가에 대한 그릇된 오해가 그들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내용은 공생활 중에 예수님께서 이미, 십자가가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그리고 십자가야말로 구원에 이르는 데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진리임을 분명하게 설파하셨음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런 가르침을 누누이 받아왔던 제자들이었음에도 그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앞에서 모두 무너지고 맙니다. 그들이 십자가가 구원의 표징임을 새롭게 인식한 것은 부활 사건과 성령강림 사건을 체험하면서입니다.
  성령강림 이후에야 비로소 부활하신 주님의 빛에 조명되어 십자가가 결코 신앙의 걸림돌이 아님을, 그리고 하느님의 계획 안에 그 무엇보다 분명한 구원의 열쇠였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출처: 경향잡지 2009년 9월호